익숙해진다는 것
설렘과 불편함이 공존하며
시나브로 길들여지는 것
처음의 뻣뻣함에 까이고 부르틈을 견뎌야
어느새 그리되어 있는 것.
새 신발을 신고 기분 좋게 나왔는데, 얼마 되지 않아 뒤꿈치가 아프기 시작했다. 일부러 살살 달래가며 발을 디뎌 보았지만 발갛게 부어오른 뒤꿈치가 까이고 말았다. 신발 뒤 축에 비누칠도 해보고, 예방한답시고 반창고도 붙여봤지만, 새것을 마주한 설렘과 기쁨 못지않게 적응의 아픔과 불편함이 함께 한다.
내 발에 맞춰져 가죽이 부드러워지고 주름이 잡히고 적당히 얼룩이 져야 내 신발이 된다. 물집이 잡히고 굳은살이 생기고 적당히 무뎌짐을 겪어야 그 신발이 내 것이 된다. 어쩌면 나도 신발도, 서로에게 길들어져 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누군가가 익숙해지는 것, 누군가가 편해진다는 게 그리 쉬울 수 있을까?
첫눈엔 예뻐 보이고 멋있어 보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불편해지는 사람, 너무 편해져서 괜히 싫증이 나는 사람, 내 사람이라고 대충, 남보다 막 대하게 되는 사람...
익숙해진다는 건 참 좋은 것이면서도 위험한 것 같다.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충분히 익을 시간이 필요하고 약간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노력도 필요하다. 상대방을 참아주는 인내와 나를 내어주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 시간을 충분히 견뎌야 어느새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네가 되어 어느새 그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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