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의 이 시대는 혐오와 분노가 넘쳐나는 시대다'라는 것에 동감한다면 이 책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각계각층의 유명인들이 쓴 추천서에도 드러나듯이, 이선옥 작가는 명확하고 분명한 어조로 논점들을 짚어가며 파헤치고 있지만 이 책은 통쾌하면서도 따뜻하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 낙태, 노키즈존, 페미니즘 담론 등을 다루며 공정함과 합리성, 진정한 평등, 권리의 충돌과 차별의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 모든 사유의 과정에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수임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극단적인 편 가르기의 시대에 스스로 생각하는 개인들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책(조성식-동아대학교 병원 의사)이며, 악다구니를 쓰며 서로를 떨어뜨리려는 외줄 위에서 곡예사의 장대처럼 균형을 잡게 해 준다.(주호민-만화가)
기울어진 운동장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90년대 이후에 태어난 N포 세대들이, 태어나자마자 좌절감과 모멸감을 맛보며 개인주의자가 된 80년대 생들이, 부모 세대와 80년대 이후 세대 사이에 끼어 양 쪽에서 치이는 70년대 생들이, 예전 같으면 어른으로서 대접받으며 여생을 즐길 나이에 예전 같지 않은 몸을 이끌고 여전히 생업 전선에서 뛰어야 하지만 대접은커녕 꼰대 소리나 안 들으면 다행인 50,60년대 생들이 겪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가 솔직히 그다지 밝고 정의롭고 희망차진 않지.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인간인데...쉽게 흥분하고, 지나치게 본능적이고, 악다구니를 쓰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것이 정말 부끄러운 것임을 모르고...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군중 속에, 익명 속에 숨어서 타인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이 일단 내뱉고 보는 앙칼진 말 들을 맘 카페나 인터넷 댓글 속에서 심심찮게 찾을 수 있지 않은가?
약자의 편에 서있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온라인 공격, 이것은 사회정의가 아니다. 그게 누구든 세상에 그래도 되는 사람은 없다. 당신의 예민함이 곧 정의가 아니며 당신의 불편함이 곧 불의의 근거도 아니다.(P.17.) 약자의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하고 도리어 가해하는 군중들. ~ 정의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우리의 린치가 부수고 있는 건, 정작 불의가 아니라 구체적 인간의 삶과 존엄이다. ~ 부디 조리돌림에 동참하지 마라. 품격 있는 말, 예의바른 태도, 합리적인 비판으로도 우리는 정의를 수행할 수 있다. 존중의 정신과 윤리성을 놓지 않으면서도 논쟁에 참여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다.(PP.119~120)
노 키즈존에 대해
내게 불편을 준다 하더라도 특별한 악의나 고의가 아니라 일반적인 삶의 모습을 수반한 것이라면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를 감수할 의무도 있다.(P.136.)
말의 무게 함부로 쏘아대는 말의 화살은 언제든 돌아와 나를 겨눌 수 있다. 자신에 엄격함을 추구하는 쪽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관대함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꾸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나한테 엄격해야 상대가 잘못했을 때 단죄할 수 있다는 대결 중심의 사고는 나의 변화가 아닌 타인에 대한 통제를 욕망한다.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도모하는 해결 중심의 사고가 필요하다. ~ 단죄보다는 관용을, 엄격함보다는 너그러움을 나와 타인에게 모두 적용할 때 좋은 변화는 가능하다.(PP.88~89.)
<송곳>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들은 옳은 사람 말 안들어요. 좋은 사람 말을 듣지.” 어떤 말을 할 때 태도란 상당히 중요하다.
인간에 대하여 세월호 친구들의 평범함과 위대함을 보며 나는 ‘인간은 얼마나 괜찮은 존재인가’ 생각했다. 어른들 몰래 조금씩 일탈하고, 부모들에게 걱정의 대상이었던 아이들이었지만 위기의 순간 이들이 작동시킨 규범은 너무나 ‘어른스럽고 전통적인’ 것들이었다. 여자 먼저, 아이 먼저, 약자를 위하라는 말을 지켰고,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을,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을 모두 지키고 떠났다. 생의 마지막 순간 “사랑해, 미안해, 보고 싶어, 안녕.”이라는 말을 남기고.(P.191)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인지 스스로 규정할 수 있을 때 인간은 존엄을 지킬 수 있다. 기준을 내가 정할 수 있을 때 ‘나’는 실존적으로 존엄한 존재가 된다.( P.197)
각자의 자리에서 각각의 이유로 좋은 삶을 살고 있지 못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록 선의에 기댄 것일지라도 편견이나 평가, 심판의 말 대신 위로해주는 것, 스스로 단단한 개인이 되는 것,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와 타인을 바라보는 것이다.
단단한 개인은 인간을 수단으로 삼지 않고, 이념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과정에 대한 성찰은 없이 결론만을 밀어붙이는 태도, 논증하지 않고 윽박지르면서 너는 누구 편이냐고 몰아붙이는 말들에 사람들은 지쳐 있습니다. 나의 생각을 세우는 일에 치열하고 집요하면서도 타인의 다름을 존중하는 유연함을 가진 단단한 개인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머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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