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내미들의 생일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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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아들내미들의 생일 선물

 저녁 외식 후 집에 들어가는 길. 아들내미 둘이서 눈빛을 주고받아가며 운동 삼아 동네 한 바퀴 하고 오겠다는 다소 티 나는 트릭을 던진다. '평소 운동이라면 진절머리를 내는 녀석이 다 늦은 밤에 뭔 운동?' 싶은데 오늘따라 꼭 운동이 하고 싶다며 어색한 미소를 자꾸 던진다. "그래라~"했더니 한 시간이 넘어도 안 들어오는 둘. 나중에 보니 둘이서 버스를 타고 댓거리까지 나가서 내 생일 선물로 립 틴트랑 방향제를 사 왔다. 아~ 그래서 아까 차 안에서 "화장품이 영어로 뭐예요?"라고 물은 거구나? cosmetics?라고 하니 "어, O로 시작하던데?" 그러고, "야!" 하면서 팔로 옆구리를 푹 찌르고... 차에서부터 올리브영에 가서 선물 살 계획을 세우고, 댓거리에 올리브영이 어디 있나 검색하려고 화장품이 영어로 뭔지 물은 거구나? 중1과 5학년 남자아이 둘이서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 선물을 고르는 모습을 떠올리니 웃음이 새어 나온다.

"너희들이 어떻게 이걸 골랐어? 예쁜 걸로 잘 골랐네?"했더니

"그래서 거기 일하는 분에게 물어봤어요. 우리 엄마는 젊어 보이니까 20~30대한테 어울리는 색으로 추천해달라고 했어요." 하며 씩 웃는다.

"포장하면 1000원 추가라는데, 엄마한테 처음으로 제대로 된 선물을 드리는 것 같아서 포장 추가도 했어요."그런다.

평소 같으면 돈 아깝게 포장은 뭣하러... 그랬을 걸, 이런 것도 공부다 싶어 "잘했네~"했다.

"아~ 근데 엄마, 원래  계획은 편지도 써서 같이 엄마 머리맡에  놔두려고 했단 말이에요. 엄마 주무실 때... 조금만 더 참으시지..."

그랬구나. 아들내미들이 이렇게 근사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줄도 모르고, 설 세뱃돈 잘 간수하고 있냐며 검사한다고 설쳐댔네.ㅠㅠ


사랑스러운 녀석들~ 가끔 속을 뒤집어 놓기도 하지만 잘 크고 있구나!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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